Taeho Choi
Darkride
아이에게는 테마파크에서 좋아하는 순서가 있었다.
친구들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높은 놀이기구를 찾았다.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 얼마나 빨리 떨어지는지, 누가 제일 먼저 비명을 지르는지를 이야기했다. 아이도 그들 사이에 있었지만 놀이기구를 고를 때가 되면 늘 조금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다크라이드였다.
입구는 다른 놀이기구보다 조용했다.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금세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밖에서는 그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이는 그게 좋았다. 롤러코스터처럼 몸을 던질 필요도 없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할 필요도 없었다. 보트에 앉아 있으면 보트가 알아서 움직였고, 이야기는 정해진 순서대로 나타났다.
보트에 올라탔을 때에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친구들이 자리를 정하느라 서로 밀쳤고, 키 큰 아이는 안전바를 몇 번 잡아당겨 보았다. 작은 아이는 물이 얼마나 깊은지 물었고, 덩치 큰 아이는 보트가 어디까지 가는지 계속 물었다.
보트가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입구의 밝은 빛이 뒤로 밀려났다.
그때부터 냄새가 조금씩 났다.
처음에는 물에서 나는 냄새인 줄 알았다. 오래 흐른 물에서만 나는 비릿하고 서늘한 냄새였는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젖은 나무와 오래 접어두었던 천 같은 냄새가 섞였다.
비가 며칠씩 내린 뒤 한동안 열지 않았던 창고에 들어갔을 때처럼 공기가 눅눅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좋은 냄새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싫지도 않았다.
아이는 그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다크라이드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어디에서 맡았던 냄새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오래된 수건인지, 비가 그친 뒤의 계단인지,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장롱 안쪽인지 알 수 없었지만 냄새만은 기억보다 먼저 떠올랐다.
보트가 한 장면을 지나고 또 한 장면을 지나갈 때마다 냄새는 조금씩 짙어졌다.
어디선가 물이 떨어졌고, 붉은 조명이 물 위에 길게 누웠다가 보트가 움직이면 천천히 흔들렸다. 천장에서는 낮은 기계음이 이어졌고, 벽 안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였다.
아이는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숨을 쉬었다.
약간 불쾌했다.
그 불쾌함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 좋았다.
다크라이드 안에서는 그 냄새가 물소리와 기계음, 어둠과 붉은 조명, 움직이지 않는 인형들과 섞여 있었다. 어느 하나 특별히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는 그것들이 하나의 것이 되었다.
아이에게 다크라이드는 그런 곳이었다.
조금 불쾌한데, 다시 들어가고 싶은 곳.
친구들은 계속 이야기를 했다.
키 큰 아이는 자기가 이런 건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했다. 높은 놀이기구를 탈 때도 늘 그렇게 말했다. 안전바를 누구보다 먼저 확인하면서도 막상 움직이기 시작하면 자기는 하나도 안 무섭다고 했다.
작은 아이는 계속 주변을 살폈다. 물이 튀는지, 갑자기 무엇이 튀어나오는지 미리 알아야 마음이 놓이는 아이였다.
덩치 큰 아이는 다크라이드 안의 모든 것을 단순하게 생각했다.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고, 지나가면 끝나는 것이었다.
“이거 어디까지 가?”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보트는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갔고, 붉은 불 아래 커다란 얼굴이 나타났다가 지나갔다. 물 위로 푸른 빛이 한 번 번졌다.
다크라이드에서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사람들은 정해진 곳에 앉아 있었고, 보트는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였다. 빛은 정해진 순간에 켜졌고, 다음 장면은 기다리지 않고 찾아왔다.
아이는 그것이 좋았다. 친구들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물소리는 커졌다.
그러다가 보트가 멈췄다.
몇 번 흔들린 뒤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수로를 벗어난 보트가 낮은 바위턱에 한쪽을 걸친 채 물의 흐름과 따로 가만히 있었다.
“고장 난 거 아냐?”
키 큰 아이가 웃었다. 작은 아이는 옆 사람의 팔을 붙잡았고, 덩치 큰 아이는 물을 내려다보았다.
“여기서 내려도 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는 보트 밖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평소에는 지나치던 곳이 보였다. 낮은 바위턱 너머로 좁은 평지가 있었고, 그 뒤로 다크라이드의 벽이 이어져 있었다. 보트가 움직일 때는 장면의 일부처럼 지나갔을 곳이었다.
툭, 하고 보트 밑에서 소리가 났다.
아이는 몸을 숙여 물을 들여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다시 툭, 하는 소리가 났고, 앞쪽의 인형이 한 번 움직였다. 벌어진 입 안쪽에서 작은 기계음이 울리고는 곧 멈췄다.
보트가 움직일 때는 보이지 않던 인형 뒤의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둠이었다.
그 안에 작은 조명들이 이어져 있었다. 하나를 따라가면 또 하나가 있었고, 그 사이로 가느다란 선이 길게 뻗어 있었다. 아이는 그것이 장면을 비추기 위한 조명이 아니라 어딘가를 따라가는 표시처럼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천장도 마찬가지였다. 조명 사이의 검은 틈이 한쪽으로 이어지다가 보트가 지나온 방향과 반대로 꺾여 있었다.
“저기 뭐가 있어.”
키 큰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어디?”
아이가 가리켰지만 키 큰 아이는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곧 움직일 거야.”
덩치 큰 아이는 물을 가리켰다.
“저기로 내려가면 되잖아.”
그곳에는 물밖에 없었다.
작은 아이가 아이의 옷자락을 잡았다.
“우리 언제 나가?”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 아이는 다시 각자의 앞을 바라보았다. 키 큰 아이는 보트의 앞쪽을, 덩치 큰 아이는 물을, 작은 아이는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이에게는 조금 전 지나온 장면처럼 느껴졌다.
보트가 움직이지 않으니 장면도 지나가지 않았다.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트는 낮은 바위턱에 걸린 채 한쪽으로 조금 기울어 있었다. 아이가 몸을 옆으로 기울이자 손끝이 벽에 닿았다. 손바닥을 대자 아주 약한 바람이 느껴졌다.
보트 안에 남아 있던 눅눅한 냄새가 그곳에서는 희미했다. 물과 젖은 나무와 오래 접어둔 천이 섞인 냄새 대신, 벽 너머 어딘가에서 들어오는 마르고 가벼운 공기가 손등을 스쳤다.
아이는 그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조명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다른 곳의 어둠은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그곳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한참 바라보고 있으니 벽과 벽이 만나는 곳에서 아주 가느다란 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금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갈수록 아래까지 일정하게 이어져 있었고, 그 주변에서만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이는 손바닥을 그 위에 대었다. 아주 얇은 틈이 안쪽으로 움직였고, 그제야 그것이 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뒤를 돌아보니 키 큰 아이는 여전히 앞을 보고 있었고, 작은 아이는 옷자락을 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며 덩치 큰 아이도 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도 아이를 보지 않았다.
아이는 문을 조금 더 열었고, 안쪽의 공기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보트 안에 남아 있던 냄새가 문틈을 지나면서 희미해지고, 대신 아주 희미한 흙 냄새가 섞인 가벼운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문 안쪽에는 계단이 있었다. 난간도 안내등도 없었고 계단의 폭도 조금씩 달랐다. 놀이기구의 일부라기보다는 오래된 건물 안쪽에 원래부터 있던 것처럼 보였다.
아이는 한 발을 내려놓았다. 뒤쪽에서 무언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멀었고, 몇 계단을 내려가자 위쪽의 빛도 사라졌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밝음만이 발밑을 보여주었다.
빛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얇았다.
아이는 그 밝음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물소리와 기계음이 어느 순간 사라졌고, 귀에 남아 있던 친구들의 목소리도 함께 멀어졌다. 계단이 끝나자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넓고 복도라고 하기에는 방향이 없었으며, 벽과 바닥의 경계도 희미했다.
공기가 가벼웠다. 어디선가 서늘한 것이 천천히 흘러와 목덜미를 스쳤다. 아이가 뒤를 돌아보았지만 올라온 계단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먼 곳에서 아주 작은 기척이 느껴졌다. 소리라고 하기에는 희미했고, 바람이라고 하기에는 분명했다. 어린 시절의 여름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고 느꼈을 때와 비슷했다.
아이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다시 계단이 있었다. 첫 단은 바닥과 거의 구별되지 않았다. 아이가 발을 올리자 공기가 한 번 더 가벼워졌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소리와 시야의 가장자리가 함께 멀어졌다.
아래에는 희미한 밝음이 있었다.
아이는 한 계단을 더 내려갔다. 다시 한 계단을 내려갔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이는 계속 내려갔다.
Draft for archival purposes.
A revised and expanded version will be prepared for publication.
🔗 Darkride_English_Translation